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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내가 방을 나가지 않게 된 이유/청년체인지업 프로젝트 참가자 수기7

시련과 혼돈 글: 낙원 은둔을 하는 것은 실패자인가? 그것을 이겨낸다면 실패자가 아니게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 과정은 실패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고 한다면 28년간 변호사를 준비한 사람은 실패자인가? 사업이 망한 사람은? 노숙자는? 실패의 기준은 무엇인가? 절대적인 기준이 있기는 한 걸까? 성공의 절대적인 기준도 없는 마당에? 사람마다 살면서 누구나 시련을 겪는다. 그 시련의 종류와 정도의 차이는 있다. 그게 나한테는 그저 은둔일 뿐이다. 시련을 겪는다고 실패자는 아니지 않은가? 은둔을 한다, 고로 너는 실패자다 라는 말을 듣고 가소롭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외에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얘길 하는 사람들을 보며 주제넘게 남의 인생을 재단하는 인간들이 은근 깔렸구나 싶었다. 그런 권리는 당신네들이 전혀 부여 받지.. 2020. 12. 13.
나의 애증, 나의 엄마 글:S.I 처음은 엄마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엄마는 배드민턴 손잡이에 감는 그립 밴드를 수입하는 회사에 다니셨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항상 배드민턴 관련 용품이 많았었고 가족들끼리 배드민턴을 자주 치곤 했었다. 당시 내가 다니던 유치원과 엄마가 다니던 회사는 정말 가까웠는데 알고 보니 엄마는 우리가 걱정되어 일부러 가까운 회사에 다니셨던 것 같다. 그 뒤로도 직장을 여러 번 옮기셨지만 모두 정말 가까운 곳에 있었다. 내가 중학생쯤 되었을 때 한번은 동네 떡볶이집에서 떡볶이를 사 먹었는데 그 가게에서 알바로 일하셨던 분이 내 친구의 어머니셨다. 친구의 집과 그 떡볶이집은 정말 가까웠고 친구에게는 어린 동생이 있었다. 친구 동생이 어머 니한테 가서 칭얼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엄마는 이래서 집과 가까.. 2020. 12. 13.
촛불 하나 켠다고 어둠이 달아나나 글: 촛불하나 나의 노래방 18번은 god의 촛불 하나다. god는 초등학생 때 내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아이돌 가수이다. 이 곡은 '지금도 힘들어하고 있을 그 친구들을 위해 이 노래를 부릅니다.'라는 데니 안의 짧은 나레이션 후, 윤계상의 랩으로 시작한다.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들기만 한지 누가 인생이 아름답다고 말한건지. 태어났을 때부터 삶이 내게 준건 끝없이 이겨내야 했던 고난들뿐인걸. 그럴 때마다 나는 거울 속의 나에게 물어봤지. 뭘 잘못했지? 도대체 내가 무얼 잘못했길래 내게만 이래 달라질 것 같지 않아 내일 또 모레." 나는 사는 게 늘 힘들고 버거웠다. 성인이 되면 더는 가족의 탓을 하면 안 된다는데, 나는 노래 가사처럼 "내가 뭘 잘못했지?"하고 물어볼 때마다 '이런 환경에서 태어나고 살아.. 2020. 12. 13.
슬픈 고도 글: 최지현 올 봄 즈음에 나는 청년 체인지업 프로젝트의 참여자로 합류했다. 재단에서 연락을 받았을 때는 솔직히 말해서 당황했다. 차라리 잊고 있었다는 게 맞겠다. 본래 내가 지원서를 제출한 정초로부터는 상당한 시간이 지나 있었던 까닭에, 나는 진작에 내가 떨어진 걸로만 알았기 때문이다.청년재단의 온라인 신청 폼에서 요구된 유일한 조건이 있었다. ‘비자립 상태에 있는 청년’일 것. 간단해 보이는 조건이었지만 그 말이 담고 있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1) ‘아직 자립하지 않았다.‘ 혹은 (2) ’자립하기 전이다.‘와 (3) ’비자립 상태’에 있다, 는 말은 조금 다르게 들린다. 앞의 두 가지 말은 본인의 의지에 의한 선택을 강조하거나 또는 물리적/경제적 독립을 장래의 기.. 2020.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