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버리 센터 Recovery Center
"고립에서 자립으로 자립에서 공생으로"
리커버리 센터는 지난 10년 이상 무료급식과 장학 사업 등 소외계층 지원에 헌신하고 있는 ‘바나바하우스’에 소속된 기관입니다.
‘리커버리센터’에서는 고립된 부모와 청년들에게 새로운 인생을 회복하는 일을 합니다.
자립을 위한 가치관을 새롭게 배우게 됩니다. 그저 단순한 반복되는 강의나 심리 상담만으로 진행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진정한 자립은 공생, 즉 함께 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리커버리센터 | 서울 | 사회적 고립 청년 지원
리커버리센터 홈페이지 /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 사업
www.the-recoverycenter.org
Q.안녕하세요. 네 분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개복치: 저는 전주에서 신청을 해서 리커 버리 센터에 왔어요. 은둔형 외톨이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이 전주에는 별로 없다 보니까 상경을 할 수밖에 없더라구요 .
P: 제 경우에는 5월 23일에 이곳에 들어왔 어요. 개인적인 어려움 때문에 오랫동안 일을 못하던 중에, 청년재단 웹사이트에서 모집 공고를 보고 참여하게 됐습니다.
홍진: 저는 이곳을 K2 인터내셔널을 통해 알게 됐어요. 그쪽에 먼저 상담을 하러 갔다가 저를 청년재단 관계자 분들에게 소개해 주셔서, 6월 11일에 심층 면담을 했고그 다음날 바로 (리커버리 센터로) 입소했 습니다. 같이 생활하는 분들과 지금 하루하루 즐겁게 생활하고 있어요.
택씨: 저는 25살이구요. 6개월 간 은둔 생활을 했는데, 사람이 너무 보고 싶어서 외로움을 많이 느꼈어요. 그 뒤로 체인지업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이곳에 오게 됐습니다.
Q.이곳에 오기까지의 과정이 듣고 싶습니 다. 은둔을 시작하게 된 경위라든가, 이전의 생활과 그만 작별해야겠다고 결심 하게 된 계기 같은 것들이요.
개복치: 저는 대인공포증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려웠어요. 그래서 부모님과 같이 서울에 상담을 하러 왔다가 체인지업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는 바로 그자리에서 하겠다고 했습니다.
P: 저한테 있어서 계기가 됐던 건 계속해서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절박함이었어요. K2를 한 달 가량 거쳐서 이곳에 왔는데 그때는 중도에 포기를 했었어요. 그 뒤로 1년 정도 계속 은둔을 했구요. 은둔 생활을 경험해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이게 매일 저녁 마다 괴롭거든요. 빨리 뭐라도 시도해야겠 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택씨: 은둔 생활을 할 때 심할 때는 3일에한 끼만 먹었어요. 일어나고 싶은 때 일어 나서 게임하고, 먹고, 자고... 이런 생활을 쳇바퀴 돌듯이 반복했죠. 그러다 보니 몸도 많이 안 좋아지고, 무엇보다 사람 만나는게 무서워졌어요. 이곳에는 지인의 우연한 권유로 들어오게 됐어요. 개인사를 조금 이야기하자면, 저는 부모님이 어릴 때 이혼하셨어요. 거기다 중학교 2 학년 때 아버지의 사별을 겪으면서 정신적 으로 많이 방황을 했고, 학업에도 집중을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예전에 중고교 진로지도 때 써놓은 걸 봐도 드러날 텐데, 딱히 꿈도 없었고 그냥 단칸방에서 게임이나 하면서 되는 대로 살자고 생각했어요.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의욕도 상실했고요. 은둔하는 동안 정말 많이 외로웠어요.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구나'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방에서 나오기 전에 낮밤이 바뀌었던 것을 되돌리고, 정상적인 식사로 체력을 회복하는 것 같은 준비 과정이 저는 당시에 3 개월 정도 필요했습니다.
홍진: 전에 TV에서 고립 청년에 관한 다큐 멘터리를 보고 그곳에 나온 연락처로 문자를 보냈어요. 출연자 분한테 직접 정보를 얻었던 게 저한테는 일종의 전환점이 됐죠. 저는 예전에 대출을 받아서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그게 좌절되면서 사람들에 대한 상처가 많이 쌓였어요. 그러던 와중에 고립 청년들을 다룬 다큐멘터리(주: SBS스 페셜 『은둔형 외톨이: 나는 고립을 선택했 다』)를 보고 큰 희망을 느꼈습니다. 저는 늦은 나이에 복학과 재입학 등을 거치 면서 다른 학생들과의 나이 차이 때문에 학교에 적응을 잘 못 했어요. 결국 나중에는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봤는데, 고립된 생활에서 나왔다가도 적응을 못해서 다시 들어가게 되고, 그리고 용기를 내서 다시 또사회로 나왔다가 어려움에 부딪혀서 다시 들어가게 되는 반복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과정에서 사람들로부터 차가운 시선들을 받았고, 사회라는 틀에 저를 맞추기가 힘들어 튕겨져 나왔던 것 같아요.
Q.입소 전에 센터 생활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갖고 계셨나요?
택씨: (프로그램에 대한 건) 없었어요. 그냥 사람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특히 저는 예전에 기숙사 생활을 경험했기 때문에 비교적 적응하는 게 쉬웠던 것 같습니다.
P: 저는 밖에 나가려고 하면 예민해져서 배가 아프다든지 하는 문제가 있어요. 아직도몸 상태가 완전히 좋아지진 않았는데... 그외에도 전부터 겪고 있던 우울증 같은 부분들이 개선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왔습 니다.
개복치: 처음에 '여긴 뭐하는 데지?' '믿어도 되나?' 같은 생각을(웃음) 하기도 했는 데. 사람들과 만나서 대인공포증을 해결하고 싶다는 기대를 했던 것 같아요. 중고등 학교 때부터 왕따를 당해서 대인공포증이 있었는데 센터에 오기 전까지는 사람을 만나는 걸 회피해 왔어요.
Q.리커버리 센터에서는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홍진: 먼저 아침에는 모닝 페이지라는 걸하는데, 일종의 글쓰기 훈련입니다. 자기 생각을 날것 그대로 가감없이 쓰는 거예요. 낮에는 쿠킹 런치와 기지개 모임 두 그룹으로 나뉩니다. 기지개 모임을 하는 사람들은두 조로 나눠서 그 날마다 떠오르는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요. 오후 프로그램은 날마다 다른데, 월요일은 글쓰기 수업이 있고 화요 일은 리커버리 예술단 활동을 합니다. 조만간 저희끼리 영화제도 할 계획이구요. 그리고 매주 금요일마다 리커버리 야구단 훈련이 있습니다.
P: 저는 예술단 수업이 제일 좋았어요. 글쓰기나 미술, 영화와 관련된 수업이었죠.
택씨: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건 만들기 인데, 포크 아트라고 앞치마나 에코백에 원하는 도안을 넣고 수공예처럼 실제로 쓸 수있는 물건을 만드는 그런 시간이에요.
Q.참여자는 모든 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되나요?
홍진: 네. 그게 중요한 부분인데요. 저는 그걸 어겨서 운영진 면담까지 갔었는데, 제가 그때 너무 힘이 없어서... 퇴소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었던 위기가 한 차례 있었어요. 센터장님으로부터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으면 우리는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없다." 는 말씀을 들었죠.
개복치: 한 명이 빠지기 시작하면 점점 다른 사람들도 핑계를 대고 안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Q.네 분은 모두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시는 건가요?
홍진: (테이블 끝을 가리키며) 저는 저기 있는 두 분이랑 같이 생활하고 있어요. 리커버리 크루 외에 코치님 같은 분들도 센터 에서 생활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방을 따로 쓰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 곳에서 같이 살아요. 총 인원은 4층에 남자 7명, 3층은 여자 숙소라서 3명. 그래서 총 10명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여럿이서 함께 지내기 위한 규칙 같은 게있나요?
홍진: 뭔가 규칙으로 크게 압박을 주지는 않는데... 일단 통금 시간은 있구요. 그 외에는 기본적인 서로에 대한 배려 같은 거죠.
Q.크루들 간에 갈등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택씨: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친하게 지내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죠. 지금도 서먹한 사람들은 있어요. 그렇다고 센터에서 해결을 해주시진 않고, 서로가 인정할 수 있는 중재자를 한 명 골라요. 일이 커지면 스탭 들이 개입을 하죠. 그리고 코치님 중에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알려줄 수 있는 분이 계세요. 건전하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Q.개선됐으면 좋겠다 싶은 부분이 있나요?
택씨: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딱히 없고, 가끔씩 일정이 굉장히 빡빡할 때가 있어요. 다 소화하려다 보면 좀 힘들 때가 있죠. 그리고 코치님들이 다들 스케쥴 조정이나 미팅 같은 업무로 바쁘셔서, 조언이나 멘토링 같은 걸 받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가 많거든요. 스탭이 지금보다 한두 분만더 충원됐으면 좋겠어요.
개복치: 전에 직업에 관련된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이전에는 센터와 연계돼서 커피와 관련된 일을 배울수 있는 카페가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휴업 상태라서 많이 아쉽죠. 이쯤에서 약간 현실적인 내용이 나올 줄알았는데 전혀 그런 게 없어서 좀 의아하 네요. 일주일에 1번 특식 같은.(웃음)
택씨: 식사는 이미 너무 잘 나와서 불만을 가질 부분이 없구요. 고기가 끊이지 않습니 다. (웃음) 한 가지 아쉬운 거라면 가끔 양이 좀모자랄 때가 있어요.
홍진: 아침은 시리얼이 구비돼 있구요. 식사는 점심 저녁 하루에 2번 나옵니다.
Q.정규 프로그램이 없는 시간에는 어떻게 보내세요?
택씨: 주말에 남자들은 주로 공원에 가서 캐치볼을 하거나 하구요. 여성 크루들은 주로 센터 안에 있는 편이고 가끔씩 함께 놀러도 갑니다. 크루들 중에는 지방에서 생활하다가 온 분들도 있는데, 집에 다녀오거나 하는 건 각자의 자유에 맡기고 있어요.
Q.센터에서 느꼈던 변화나 집에 있을 때와 비교해서 달라진 점은?
P: 집에서는 혼자 TV를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는데, 여기서는 억지로라도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으니까. 여럿이 함께하는 활동이 늘어서 좋았어요.
개복치: 억지로라도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으니까. 사람에 대한 공포를 줄여가는 그런 치유 효과를 느꼈던 것 같아요.
홍진: 저는 센터에서 생활하던 중에 정말 우연히 기적적으로 좋아져서, 한번은 코치 님한테 뽕 맞은 거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는 데(웃음). 이곳에 오지 않았으면 있기 힘들 었던 변화였던 것 같아요.
Q.제가 바하밥집에 대한 내용을 찾아봤을 때, 7할 정도는 리커버리 야구단과 관련된 기사였어요. 야구단 활동은 리커버리 센터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동료들이랑 같이 야구를 하면서 혹시 느낀 점이 있다면?
홍진: '희생 배려 협동 인내 예의'. 저희가 매번 연습을 마치면서 항상 같이 외치는 구호인데요. 대표님이 전에 미국에 가셨을 때노숙인들로 이루어진 야구단을 보고 영감을 얻으셨는데, 이 5대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 야구라는 생각을 하신 것이 리커버리 야구단의 출발점입니다. 그외에 체력이 좋아지는 등 여러 부수적인 효과도 있구요.
Q.왜 하필 야구인가요?
개복치: 축구는 체력이 안 된대요. 현실적 으로.(웃음) 이건 야구단 코치님이 직접 말씀하셨어요. 야구하는 걸 다행으로 알라고.
홍진: 그래도 야구를 하면서 몸도 좋아지고 에너지가 생기니까 활력이 많이 생겼어요.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즐겁게 참여 하고 있습니다.
P: 안타를 칠 때 기준으로 삼는 타율이 3할 인데, 7번 실수해도 3번만 잘하면 된다는 의미로 야구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매주 일요일마다 야구 리그가 있는데 거기서는 각자 포지션을 가지고 하구요. 금요일에 하는 연습은 섞여서 합니다.
개복치: 저희가 꼴찌였어요.(웃음)
Q.센터에서 생활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개복치: 베스트는 여름에 2박 3일 동안 속초에 놀러갔던 걸 꼽고 싶어요. 일종의 여름 방학처럼 짧게 다녀왔는데, 고기도 구워먹고 정말 즐거웠어요. 아무래도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Q.리커버리 센터를 연말에 수료하고 나면, 그때는 제일 먼저 뭘 해보고 싶으세요?
개복치: 저는 워킹 홀리데이처럼 해외로 나가서 한번 생활해 보고 싶어요. 한국 이외 에도 다른 많은 문화들을 배우고 싶습니다.
P: 센터에 들어오고 나서 기존에 친한 사람 들과 연락을 잘 못 했어요. 가뜩이나 우울증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에너지가 부족 한데 매일매일 처리해 가야 하는 일들에 신경쓰기도 바빴거든요. 그래서 지인들과 오랜만에 연락하고 싶고.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Q.은둔형 외톨이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세요?
홍진: 개인적으로 사람이 행복하려면 첫째가 건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존에 무너진 생활 패턴을 개선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게 필요 하다고 생각해요. 공동생활은 그에 대한 좋은 해결책 중 하나라고 보구요.
P: 저는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리커버리 센터에 오기 전, 저는 사실 수치심을 많이 느꼈어 요. 사회적 은둔이라는 게 어떤 특별한 사람만 경험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실패하거나 좌절하면 은둔할 수 있는 건데. 히키코 모리라는 낙인도 싫지만 반대로 동정의 시선도 원치 않고. 그냥 평범하게 봐 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방 안에만 있던 사람들이 부끄러워하지 않고 밖으로 나올 수 있을 거같아요. 택씨: 은둔형 외톨이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 점은 '고립'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 정서적 으로 굉장히 메말라 있어요. 1대1 상담이나 그룹상담 같은 프로그램도 사람을 대하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정서적인 보충이라는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어 요. 타인으로부터 오는 온기를 느껴야 비로소 그 사람의 내면이 채워질 수 있는데, 예를 들면 프로그램에서 상투적으로 만나는 관계에서는 그런 게 쉽지 않죠. 물론 어려운 문제지만, 이런 것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나의 온기를 기억하고 또 그걸 타인에게 전해주는 법을 알려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필요한 것 같아요.
Q.지금 여러분은 어떤 꿈을 꾸고 계신가요? 10년 뒤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은?
홍진: 잘 견뎌줬어. 여기까지 살아내 줘서 고맙다. 애썼어.
P: 일단 10년 뒤에 살아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살아있어라.
Q.'방' 매거진 독자들, 또는 과거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P: 포기하지 말고 같이 나아가자. 살아보자.
홍진: 네가 힘을 낼 수 없는 상황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하고 있는 우리가 있다는 걸 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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