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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수많은 '나'의 이야기/Outside_어쩌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

[책]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를 읽고

by 이아당 2020. 12. 13.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2014)』,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내가 너일수 없지만 내가 너일수 있을 '온기'에 관하여

글: 정홍진

 

 

 

1. 이 책을 내가 처음 접한건 2018년 가을쯤 이었을꺼야. 몸담았던 일에서 손을 놓아 버린 상태였지. 더군다나 거액의 사기를 당해 경제적으로도 심적으로도 굉장히 피폐 했던 시기였어. 이 책을 읽으면서 난 처음으로 온전한 내 자신을 '이해' 받았다 느꼈던것 같아. 두 번이나 정독을 했지. 그때마다난 조금씩 눈물을 흘렸어. 눈, 눈밑, 볼, 볼아 래, 턱, 턱아래로 흐르던 그 짭짜름한 줄기 들. 글쎄, 회의감이 들어. 그렇게 이해 받았다 느꼈다 한들, 눈물 좀 흘렸다 한들 무엇이 바뀌었냐고. 그래, 방금의 그 말은 정말 이지 분명하고 확실한 것들이야.


2. 그럼에도 이 책을 다시 들춘 이유는 뭘까. 나도 갑작스레 궁금해진다. 너희들에게 얘기를 좀 하면 후련해질까 싶어서?. 일종의 하소연 비스무리한 것좀 씨부리고 싶어서 이러는 걸까. 왜 하필 이 책인 걸까. 아무 것도 나아지게 만들 수 없었던 종이쪼가리 일 뿐인데.


3. 미안, 내가 좀 흥분했다. 내가 원래 이래.
'하루에도 열 두번씩 이런다'는 말은 내 이모든 변화들을 나타내는데 얼토당토 않아.
기복이 심하다는 말도 왠지 나를 나타내는 말이 될수 없을것 같아. 그 말은 나의 아주 ' 일부분'.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것들을 그래도 말로 표현해 놓은게 이 '책' 이란 말이지. 어때, 이 정도면 너희들도 구미가 당기지 않니?


4. 늘 다르다 느꼈어. '사람들은 원래 서로 달라.'라는 말로 덮어버리기에 내가 다른 사람들과 느끼는 '다름'은 정말이지 거지같고 구역질이 나는거였어. 지금은 어떻냐구? 음, 뭐랄까. 지금은 조금은 편안해졌어. 무언가 내 안에 둥지가 틀어진 느낌이랄까. 그둥지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보려 이 책을 너희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걸까. 무조건적인 희생과 배려를 바라는건 아냐. 오히려 그건 내게 고문이지. 준비가 됐니? '나'란 사람을 조금 더 알아갈 준비. 이 글을 쓰면서 또 이작업을 하면서 다짐을 해. 이 글을 읽고 들어줄 소중한 너희들 또한 내가 알아가 볼꺼 라고. 알도록 노력해서 너희들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5. 

그들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자기 본연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정반대의 진단이 필요하다. 아무 문제도 없으며 그저 남들과 다를 뿐이라는 진단이. 
_p.12

고등학교 2학년 초여름쯤 난 집 근처 대학 병원의 폐쇄병동에 입원했어. 벌써 15년이 지났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흐른걸까. 그때내 담당의사가 내려준 나의 병명은 『경계성 인격장애』 였어. 학교에 제출할 진단서가 필요했고 그때 그 병명을 확인했던것 같아.
그러고 보면 사람의 어떠한 모습을 일정 기간 동안 관찰하고 여러 검사를 하고 등등의 내용을 바탕으로 당신은 이러한 '병'을 가지고 있습니다 라고 주홍글씨를 붙이는 건 참커다란 폭력이 아닐까.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해?

 

6. 

그래서 '정신적 과잉 활동'이라는 말이 차라리 낫다. 그들에게 거추장스러운 왕성한 지적 활동, 정신적 흥분을 그런대로 잘나타내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_p.13

나는 또 다른 말로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지. 인격장애라니. 잘 받아들일 수 없다. 사람의 인격에 '장애'라는 말을 운운할 수 있는 거야? 그럴 수 없어. 그래선 안돼.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그 말이 곧 나였어. 그 병명을 안 뒤로 한시도 떨쳐버릴 수 없더라. 왜냐면 너무나 다 맞았거 든. 그 병의 증상들이 행동들이 태도들이 말들이 정말 용한 점집 무당처럼 다 들어 맞았던 거야. 얼마나 신통 방통 하던지. 처음엔 무언가가 뻥 뚫린 기분에 참 속시원 하고 후련 했던 것 같아. 그치만 그런 개운함은 아주 '잠시' 뿐이었어. 난 이 책을 만나고 비로소 그 막돼먹은 병명과 나를 떼어놓을 수 있었던것 같아. 이제 난 그 기본 없는 단어에 나를 갖다 붙이지 않아. 난 '정신적 과잉 활동인'으로 다시 태어난 거지. 그럼 이 정신적 과잉 활동인 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함께 살펴보지 않으련?


7. 

자신이 남들과 좀 다르다는 사실을 직감으로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러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든가 보다.
_p.15


어쩄거나 이 책의 목적은 여러분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을 돕는 것이다. 앞전에 말한거 혹시 기억하니? 이 책을 읽고 위로받았다 한들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 고. 난 남들처럼 조금은 편안하게 살아갈 수있을 거라는 일말의 기대를 이 책을 읽고는다 던져버릴 수 밖에 없었어. 난 그냥 지나 쳐도 되는 모든 소리, 냄새, 감정 들을 평생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는걸 어쩔수 없이 깨닫게 됐거든. 그래서 말이야. 다시 한번 이책을 뒤적거리며 심호흡을 해. 다 던져버린 기대 속에서 몇 개쯤은 다시 건져올릴 수 있지 않을까하고.


8. 

여러분이 이 책을 다 읽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와 그리고 '자신의 멋진 두뇌'와 화해한다면 나는 목적을 다 이루는 셈이다.
_ p.17


너무 어려운 말 같지 않니. 있는 그대로의 자기와 화해를 한다는게 말이야. 그치만 그치만 다시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진정시켜.
궁시렁 거리려고 이 '일'을 시작한 건 아니니까. 

 


9. 

과잉 행동, 과민, 과잉 감정. 정신적 과잉 활동인은 살면서 겪는 자질구레한 사건들을 매우 민감하고 강렬하게 경험한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마음에 와 닿은 것이 있으면 크리스털처럼 울리고 동요 한다. 
_ p.21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고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이고. 그냥 넘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말이야. 이미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일들을 끄집어낼 수도 없고. 참 성가 시단 말이야.

10.정신 활동이 활발한 사람은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수신할뿐 아니라 강세도 더 크게 부여한다. 이게 바로 감각 과민증이다.
_ p.23
11. 이들은 이렇게 일상을 살아간다. 정보의 포화 상태로, 별의별 것을 다 기억하면 서, 그 정보를 통해 나머지 부분까지 예측 하고 내다보려고 애쓰면서, 오만가지 의문을 떠올리고 잔뜩 긴장하고 경계하면서. _ p.26게다가 자신이 지각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도, 자신의 감각 체계와의 접속을 끊어 버릴수도 없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사용 가능한 감각 정보의 취사선택이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정보는 자연스럽게 밀려난다. 이렇게 뇌는 중요한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 덕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에만 정신을 집중할 수 있다. _ p.36


*나는 항상 쓰나미처럼 밀려들어오는 생각 들에 치이면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 '이 말이 어떤 말인지 이해하기는 하니.' 라는 식의 엇나간 말은 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말하는거 너무 슬프잖아. 우리는 얼마나 많이 '이해' 라는 말들을 남용 하는 걸까. 우리는 서로를 '이해' 할 수 없잖아. 그래서 오해를 하고 화를 내고 싸우고 다시 풀고 그러는 거잖아. '공감' 과 '받아들임' 이 '이해'라는 말의 진짜 모습일꺼야. 늘 바랐어. 남들처럼 생각 좀 안 하고 살고 싶다고. 생각을 안한다는건 그만큼 세상으로부터 받아들이는 자극이 적당하고 혹여 지나칠 경우 자동적 으로 중요한것만 남기고 그 나머지는 뒷전 으로 미루는 시스템이 완벽하다는 거지, 나와 다른 너희들을 비하하는 말은 절대 아니 야. 음, 요즘 나는 즐거워. 행복하기도 한것 같아. 기존의 상황과 환경이 더 나빠졌는데뭐 때문에 내가 웃고 떠들고 활동적이 된걸 까? 글쎄, 참 어려운 질문.


내가 너일수 없고 네가 나일수 없어. 그치만 한편으론 내가 너일수 있고 네가 나일수 있다. '공감'의 살에 볼을 부비면. '받아들임' 의 보드라움에 한발자국 다가가면. 그게 아니었을까. 내가 이런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건. 너희들과도 이 '힘'을 나누고 싶다. 따사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