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석 작가의 「먼지극장」을 관람하고 나서
글/사진 : 이뱁새
서현석 작가는 텅 빈 미술관 구석에 천사상을 쓰러트리며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무너진 오늘날의 시선"을 표현하고자 했다. 『먼지극장』이라는 작품을 조성하는 그의 시선은 거시적 이었다. 그러나 미술관에 들어선 나는 그보다 미시적인 시선에서 폐허가 된 삶을 떠올렸다. 살면서 여러 번 미끄러지기를 거듭한 나는 더는 누구에게도 구원받을 수 없다고 절망했다. 그와 동시에 누군가에게라도 구원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어떤 것도 완벽한 위로로 다가오지 않았다. 쓰러진 천사상은 내게 실패의 경험을 환기 하는 것만 같았다. 우울한 기분으로 구석에 있는 천사상을 바라보 다가 발을 조금 옮겼다. 그곳에는 삼각형 모양으로 구멍 난 곳 앞에 작은 의자가 놓였다. 나는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위로 트인 구멍은 수렴하듯 한곳으로 내 시선을 이끌었다. 그곳에는 작은 천사의 날개가 살짝 보이는 천창이 있었다. 앞서 주저앉은 나를 일으키려는 듯이.
물론 이 작품의 공식이 삶의 불문율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에도 빼꼼히 날개를 내미는 천사가 있다는 걸 안다면 삶에 폐허라는 이름을 쉽게 붙이지 않으리라. 작은 천사의 등을 한참 보다가 미술관을 나섰다. 내 삶의 망가진 부분 이라 생각한 곳에서도 그런 날개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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